고등학교 음악 시간은 일주일 내내 기다리게 되는 시간이었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이 있는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 무엇보다도 입시의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 음악 시간은 달랐다. 다른 거 다 제쳐놓고 입시의 한 과목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무거운 시간이었다. 딱히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중 3 때 음악 선생님은 거의 매시간마다 인쇄물을 나누어 주셨다. 거기에는 음악 문제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리곤 늘 말씀하셨다. 언제고 검사할 테니까 꼬박꼬박 문제를 풀어두라고.
하지만 누가 그걸 열심히 풀어두겠냐고. 나도 내 친구들도 모두 인쇄물을 파일에 꽂아 열심히 정리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음악 시간을 앞두고 어슬렁어슬렁 음악실에 가서 앉아 있는데 누군가 한 명이 냅따 뛰어 들어오더니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바로 앞 시간에 선생님이 갑자기 인쇄물을 검사했다는 것이다.
으악! 온통 난리가 났다. 문제는 거의 풀어두질 않았지, 인쇄물은 많지, 쉬는 시간은 10분밖에 안 되지 정말 큰일이었다. 사실 문제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급하다 보니 제대로 풀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양심껏 베끼지 않고 후다닥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세상에 악보를 딱 네 마디를 보여주며 작곡가를 알아맞히라는 문제가 나온 것이다. 악보를 보기도 전에 기가 막히면서 이런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막막하기만 했다. 할 수 없다.
“야, 7번 그거 답이 뭐야?”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나와 똑같이 정신이 없는 친구가 답을 알려줬다.
“아니텐.”
“뭐라고?”
“아·니·텐·이라구.”
‘아니텐? 아니, 써니텐도 아니고 이제껏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인데 이런 작곡가도 있었나? 음악 문제 수준이 이렇게도 높단 말이야?’
정말 큰일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작곡가가 정답이라니. 일단 정답란에 아니텐이라고 적긴 했지만 (답을 직접 적는 주관식 문제였음) 나는 기가 팍 죽어버렸다. 이래가지고 고입 시험을 어떻게 치른단 말인가.
수업 종이 울리고 드디어 음악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지만 소문과는 달리 인쇄물 검사는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앞 시간에 인쇄물 검사를 했다는 게 뜬소문이었거나 아니면 이미 사태를 짐작하시고 우리 반은 검사를 하지 않은 거겠지.
수업이 끝나고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자 아까 충격 먹은 문제가 떠올랐다. 도대체 아니텐이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내 음악 지식이 얼마나 짧은지 알게 된 건 참 슬픈 일이지만 아니텐이란 듣도 보도 못한 작곡가가 누군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너무 궁금해서 가슴이 콩당 뛰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 사람이 작곡한 이 곡이 뭐야?’
문제에 나와 있는 네 마디 악보를 차근차근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악보가 쉽게 노래가 되어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것은······ 애국가?
“뭐야! 안익태였어?”
애국가의 작곡가를 묻는 아주 단순한 문제였는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악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저 막연하게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버린 거였다. 그리고 답을 묻는 질문에 누군가 처음에는 안익태라고 제대로 대답을 해 줬을 텐데 그게 여기저기 건너다 보니 아니텐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작곡가 아니텐.
하지만 내 얘긴 약과다. 울 큰언니 고등학교 때 음악 시험 문제에 애국가의 작곡가를 묻는 주관식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나온 답에는 모차르트도 있었단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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