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화학과 잡기장 (2)

* 1995년 겨울(봄)부터 여름 사이에 화학과 셈틀마을 잡기장 『삽질연구』과 『93학번 잡기장』에 썼던 글 중 그 해 가을에 나온『 화우』지에 실린 것만 모았다.


얼마 전 22동에 왔다가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인사하는 95들을 보게 되었다. 눈도 나쁘고 기억력도 안 좋은 나는

- 저…… 근데 이름이……

하는 말만 연신 되풀이할 밖에. 그러다가 과방을 나와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또 한 명을 만났다.

- 안녕하세요.

기특하게도 꾸벅 고개까지 숙이는 후배. 본인 曰,

- 근데 이름이 뭐더라?

그 갸륵한 후배 曰,

- 저 94학번 ○○○인데요.

으악! 난 너무 미안. 그 후배는 무척 황당.


'또 生을 까먹었다.' ― <중의법>

생화학을 또 빠지고 그리고 내 人生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AcOH의 mp가 낮은 것은 조물주의 배려 덕분이다. 그 냄새라니. 윽! 그러나 pipet으로 AcOH를 끌어올리다가 꽁꽁 얼어버린 그를 녹이기 위해 드라이어를 쏘아대는 주책 같은 일은 우리 실험에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소금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만약 NaCl이 아니었다면 우리 실험은 운명의 나락에서 어쩌구 저쩌구.


길을 걸어간다. 갑자기 저쪽에서 나타난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

They say, "축복받은 한 쌍이군."

그리고 그 뒤로 나타나는 잘생긴 남자와 못생긴 여자.

They say, "저 여자 돈이 많은가 봐."

그런데 그 옆으로 나타난 못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

They say, "저 남자 능력 있군."

드디어 저 멀리로부터 홀연히 나타난 못생긴 남자와 못생긴 여자.

They say, "저 둘은 정말 사랑하나 봐."

4335-08-19 | 황미자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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