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화학과 잡기장 (1)

* 1993년 여름부터 겨울 사이에 화학과 셈틀마을 잡기장 『삽질연구』과 『93학번 잡기장』에 썼던 글 중 이듬해 봄에 나온『 화우』지에 실린 것만 모았다.


나도 어제의 그 실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그 악몽이란. 갈색가루의 공포라고 들어 보셨는지. 아직도 아세틸렌이 나를 따라다니는 것만 같군요. 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 봤다니까요. - 내가 왜 화학과엘 왔을까? 하나님은 내게 바꿀 수 있는 기회(재수)까지 주셨는데도.


어제 실험은 한마디로 끝내주는 실험이었다. 오래 걸린 보람이 있었다.
yield percentage = 96.1 %
조교 입이 따악 벌어질 뻔


1938년 2월의 어느 날 아침, 조간신문에 세계 최초로 활자화된 '나일론'이란 단어 밑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었다. '명주실보다도 가볍고 아름다운 광택이 나며, 물에 잘 젖지도 않는 특성을 지닌 합성섬유로서 공기와 물, 석탄에서 만들어진다.' 나일론은 캐러더스라는 젊은 화학자에 의해서 발명됐다. 1896년 4월 27일 미국 아이오와주 버링컨시에서 태어난 웰러스 흄 캐러더스는 자력으로 타키오 대학을 졸업한 뒤 불과 33세에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된다. 그 후 그는 고분자연구에 대한 열의로 1927년 듀퐁사에 그 나이에 기초연구주방으로 들어간다. 1930년 가을에 새로운 초중합체의 발견이 있은 후, 5년 간의 연구로 마침내 1935년 2월에 나일론을 발명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채 상품화되기도 전인 - 여기엔 7년의 세월이 걸렸다 - 1937년 4월 29일, 나일론의 발명자 캐러더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동기? 글쎄. 아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이 신제품은 수수께끼에 싸인 죽음과 인생에 대한 허망한 사고방식이란 뜻의 '나일(NYL)'과 듀퐁(DuPont)社의 '(ON)'이 합쳐진, '나일론(Nylon)'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정확한 날짜에 의문이 간다해도 할 말은 없다. 나온 책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다만 이렇게 심오하고도 슬프디 슬픈 뜻이 남긴 줄도 모르고 깔깔거리며 실험했던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가능성?
그렇다
내게는
지금
이 과방에서 얼어죽을 가능성이 있다.

4335-08-19 | 황미자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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