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1학기 분석화학실험 때의 담당 조교 얘기다.
당시 우리 학번을 맡고 있던 실험 조교 세 명 모두 마음씨 착한 분들이었지만 (진짜로) 내가 속한 금요일반을 맡은 이 조교는 더더욱 착했다. (정말로)
실험이 있는 날에는 우선 그 날 예정된 실험에 관한 예비 리포트와 지난 번 실험한 것에 대한 결과 리포트를 써가야 하고 더불어 실험 내용에 관해 미리 공부를 해가야 한다. 실험실에 들어가면 먼저 결과 리포트를 제출하고 애들이 모두 모이면 조교가 30분 정도 실험내용에 관한 퀴즈를 보는데, 이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거나 답안 작성을 하지 못하면 실험실에서 쫓겨난다. 그러면 밖에 나가서 공부를 한 후 다시 시험을 봐야 하는데... 물론 쫓겨난 후 다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애들도 있다. 그러면 조교는 단호하게 대처한다. 이렇게.
"얘, 가서 걔좀 찾아와라."
실험 중간중간에는 조교가 애들을 한 명씩 불러서 결과 리포트 채점한 것을 갖고 일일이 이것저것에 대해 물어보고 지적한다.
너, 이거 걔 거 베낀 거 아니냐? 결과가 어째서 네 실험짝 것이랑 다르냐? 등등
나는 종종 이런 지적을 받곤 했다.
"미자야, theorecal background가 아니라 theoretical background란다."
수시로 theoretical의 철자를 틀리곤 했던 것이다. 이건 워낙 자주 있던 일이라서 아무 것도 아니다. 어느 날인가는 조교가 좀 더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리포트의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자야, 이게 맞니?"
조교가 가리킨 곳을 바라본 나는 아주 당연한 듯
"네. 맞지 않나요?"
조교는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본 후 약한 한숨을 쉬는 듯 하더니
"그래, 됐어. 이제 그만 가봐도 돼."
그래서 난 그냥 와 버렸다.
'싱겁긴.'
조교가 뭘 말하려고 했는지는 그날 밤 결과 리포트를 다시 읽으면서 깨달았다. (실험은 일찍 끝나야 9시였고 특히 우리조는 늦게 끝났음.)
No-how
내가 노하우를 이렇게 적은 것이었다.
아! 조교는 정녕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란 말인가? 모두들 한바탕 두바탕 웃을 수 있는 실수를 조용히 덮어주다니!!!
학교에서 사소한 일로 애들 놀리는 덴 학생과 조교의 경계가 없다. 내가 2학기 유기화학실험에서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면 분명 난 '이번 주의 리포트'에 뽑혔을 것이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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