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오늘은 비가 오게 해주소서. 제발… 부디… 흐흑 구름 한 점 없네.
고등학생 시절, 체육이 들은 날마다 하던 기도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한 번도 체육시간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긴 해도 고등학교 때는 그게 좀 더 심했다. 고 3이 되어서는 왜 음악 시간은 없어지는데 체육 시간은 일주일에 두 시간이나 되어야 하는지에 분개했고. 음악 시간에는 노래 부르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체육 시간에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내 고등학교 시절 체육 시간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또 체육 선생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하지 않으면 안 읽으면 되지 뭐.
수우미양가로 따져서 1학기, 2학기로 구분했을 때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체육 성적은 정확히 우, 미, 우, 미, 우, 미 였다. 시험 때가 되면 체육때문에 온 신경이 곤두서곤 했는데 실기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리 없으므로 (언제나 기대치를 밑돌았음) 필기 시험 30점 만점을 받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1점 하나에 '우'와 '미' 사이가 왔다갔다 하니까. 체육 필기 시험을 위해 이토록 목숨 걸고 공부한 사람도 드물걸.
담당 체육 선생님은 A 선생님이었다 (이니셜이 아님). 별명은 불타, 즉 불타는 고구마, 또는 100미터 미남. (왜 이런 별명이 붙었을까~요?)
3월에는 먼저 질서운동으로 몸을 풀었는데, 질서운동이라고 아시는지? 4열 종대, 좌향좌, 우향우, 뒤로 돌아 가, 좌향 앞으로 가 등등을 배우고 몸에 익히게 된다. 이 때 선생님으로부터 내가 로보트같이 걷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몸소 시범까지 보이시더군 -_-;; 어쨌든 질서운동은 3월 내내 실시되었다.
다음으로 한 것이 장애물 4개 짜리 장애물 달리기 (허들). 실전에 앞서 다리 뻗기와 다리 찢기가 실시된다.
체육, 그러니까 스포츠에서는 폼이 90%를 차지하는 것 같다. 장애물 달리기에도 폼이 아주 중요해서 몇 주 동안은 폼잡기만 계속 한다. 또 하나 장애물 달리기에서 중요한 건 스텝인데, 장애물과 장애물 사이를 정확히 몇 걸음 사이에 뛰어야 하는지 알아내어 반드시 그 스텝에 맞춰 뛰어야지 그렇지 않았다가는 경기 성적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쿠쿵! 크게 다친다. 폼 만들기가 끝나고 드디어 실전에 들어갔다. 나름대로 노력들은 하지만 정해진 스텝에 맞춰 뛴다는 건 역시 어렵다. 게다가 아직 10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거리를 속도 조절하며 나중에는 전속력으로까지 뛴다는 건 더더욱 어렵다.
어쨌든 실기 시험 전까지 겨우 몇 명의 경상(輕傷)과 한 명의 중상(重傷)으로 연습을 끝낼 수 있었다. 역시 장애물 달리기는 어렵고도 위험한 운동이다. (상처의 정도는 어디까지나 내 판단인데 중상입은 친구란, 무릎 이하 다리 전체를 거즈와 붕대로 감쌀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_-;;)
드디어 2학기가 되었다. 슬픈 1학기를 지나 2학기도 되었으니 뭔가 새로운 걸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더욱이 다른 선생님이 담당인 반에서는 (비록 여자애들을 주물럭거린다는 비난이 있었음에도) '테니스'라는 고급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2학기가 되어 시작된 건 '투 포 환'.
투포환이고 들어는 봤나? 우아~! 하고 힘차게 소리치며 동그란 쇳덩어리를 있는 힘껏 밀어 던지는 운동. 이 운동을 잘 하는 여자에게는 주로 '마녀'와 같은 별명이 붙는다. 이런 형이상학적이고 신비로운 운동을 드디어 내가 하게 된 것이다. 아! 이것만 잘 하면 나도 마녀가 될 수 있을까?
우선 투포환은 굉장히 위험한 운동이다. 그 쇳덩어리의 무게는 여자용의 경우에도 거의 3kg에 가깝게 나가기 때문에 혹여 잘못해서 어깨 높이에서 떨어뜨리게 된다면 발등이 아작(!)나 버린다. 10년 전쯤 선배 한 명이 그렇게 해서 발을 다친 일이 있다고 하셨는데, (아니 그렇다면 10년 이상을 해마다 투포환을 가르쳤단 말씀?)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건 거짓말인 것 같기도 하네.
어쨌거나 이런 말을 들었으니 어찌 내가 부들부들 떨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쇳덩어리를 들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우리반 다른 애가 들고 있을 때도 (그 애는 정말 무지무지하게 말랐었는데) 불안했다. 저걸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불안불안.
처음부터 쇳덩어리를 들고 연습한 건 아니다. 물론 투포환도 '폼'이 중요하니까. 투포환의 실기 점수는 폼이 50% 경기 결과가 50%였다. 그래서 남들이 보면 우스운 그 폼 연습을,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
투포환에서는 쇳덩어리를 던지는 게 아니란다. 너무 무겁기 때문에 던질 수는 없고 온 몸을 이용해서 멀리 밀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나! 어떻게 그 마녀들은 몇십미터씩 쇳덩어리를 밀어내는 것이람! 우리는 고작해야 2미터나 나갈까 말까 하는데. ^^;;
결국 이게 문제가 되었다. 아무리 자세자세 폼폼 하지만 우리에겐 그 폼이란 게 경기 결과에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반 애 승연이가 무심코 이렇게 말해 버렸다.
"뭐, 저렇게 폼 잡고 던지는 것보다 그냥 두 손으로 공 잡아 던지는 게 훨씬 멀리 나가겠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이 얘길 들으셨고 화가 나셨다 (원래 둘 사이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음). 우리는 승연이가 일방적으로 혼날 거라고 생각했으니 의외로 선생님께서는
"그래? 좋아 그럼. 네가 나와서 아까 말한 것처럼 두 손으로 공 잡고 그냥 던져봐. 그래서 네가 아까 낸 거리보다 멀리 나가지 못하면 넌 혼난다."
아! 감도는 긴장감. 그리고 침묵 속에 외치는 우리반 전원의 응원 소리.
"에잇!"
"쿵!"
"와!"
당연히 폼 잡고 던진 것보다 두 손으로 그냥 집어던진 게 훨씬 많이 나갔다. ^^*
담당 체육 선생님은 A 선생님이었다 (이니셜이 아님). 별명은 불타, 즉 불타는 고구마, 또는 100미터 미남. (왜 이런 별명이 붙었을까~요?)
3월에는 먼저 질서운동으로 몸을 풀었는데, 질서운동이라고 아시는지? 4열 종대, 좌향좌, 우향우, 뒤로 돌아 가, 좌향 앞으로 가 등등을 배우고 몸에 익히게 된다. 어쨌든 질서운동은 3월 내내 실시되었다.
다음으로 한 것이 장애물 달리기 (허들). 실전에 앞서 다리 뻗기와 다리 찢기가 실시된다. 체육, 그러니까 스포츠에서는 폼이 90%를 차지하는 것 같다. 장애물 달리기에도 폼이 아주 중요해서 몇 주 동안은 폼잡기만 계속…….
이 얘기를 또 해야 할까?
1학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건, 장애물의 갯수가 4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는 것 뿐. 따라서 뛰어야 할 거리고 훨씬 길어졌고.
그래도 처음에는 꽤 잘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 수록 실력도 늘어서 선생님께서 애들 앞에서 칭찬까지 해주셨단 말이다. 아! 그러나 운명은 날 예뻐하지 않았으니.
막상 시험 당일날에는 분명히 신발끈을 꽉꽉 조여 맺는데도 뛰다가 중간에 운동화 끈이 풀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선생님께서는 얘가 왜 아직도 안 오나 하시고 (코스가 곡선이었기 때문에 도착점에서는 출발점 근처가 보이지 않았음). 지금도 이건 알 수 없는 미스테리다. 어쨌든 한 번 그렇게 힘차게 뛰고 났으니 다음 번에 뛸 힘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결과는 흑흑 참담하였다.
빨리 2학기로 들어와 봤자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종목이 좀 다르다. '배구'
으하하! 드디어 새로운 걸 하는구나 하고 내가 좋아했을까? 배구는 그 때 처음 해 봤다. 전에 배구공을 다뤄본 적은 있는데 중 1 때 배구공 갖고 축구하다가 선생님한테 혼난 일이 있지. ^^;;
시험 성적은 배구공 서브 넣기 10개 30점 그리고 선생님이 던져주는 배구공 잘 받아쳐내기 30점으로 결정된다. 10점은 그 태도 점수라는 것이었고.
체육 시간이 들어있는 날이면 교실 안이 파스 냄새로 진동할 정도로 (그 때 상아제약에서 스틱형 파스가 처음 나와서 그걸 다 사용했음) 오른쪽 손목이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로 열심히 서브 연습을 했다. 그래서 열 개 중에 몇 개 정도 아니 적어도 하나는 네트를 넘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시험날에는 흐흑 엉엉 T_T 하나도 서브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빵점. 아! 그 때의 황망함이란.
늘 이게 문제였다. 체육의 한 종목을 시작하게 되면 처음에는 실력이 늘어서 선생님께 칭찬까지 받곤 하는데 그 뒤로 갑자기 실력이 뚝 떨어지고 그러고나면 바로 그때 실기 시험을 보게 되더란 말씀.
난 이제 이번에는 설마 선생님이 바뀌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3학년으로 향한다.
담당 체육 선생님은 B 선생님이었다 (이니셜이 아님). 드디어 새로운 체육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당시 학생 주임을 맡고 계셔서 무서워 했었는데 원래는 그렇게 무서운 분이 아니셨다.
3월에 질서운동은 없었다. 전혀. 대신 체육관으로 가서 뜀틀운동을 시작했다. (뜀틀도 슬픈 추억이 담긴 운동이긴 한데 이건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뜀틀을 그냥 넘는 게 아니라 한 번 구른 후 다리를 양쪽으로 쫘악 뻗어 내리는 아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처음에는 공포심이 대단했는데, 선생님께서
"다치면 내가 다치지 너희들이 다치게는 하지 않는다. 나를 믿고 넘어라."
고 아주 강력한 믿음을 주셔서, 나조차도 그 뜀틀을 멋들어지게 넘곤 했다는 거다. 그래서 생전 처음 즐거운 체육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아! 그러나…… 도대체 난 얼마나 더 많은 가혹한 시련을 겪어야 한다는 말인가?
3월 한 달이 지나자 담당 체육 선생님은 갑자기 A 선생님 (이니셜이 아님)으로 바뀌었다. @.@ 별명은 불타, 즉 불타는 고구마, 또는 100미터 미남. 늘 밖에 계시니 얼굴이 타버려서 불타는 고구마와 같다는 의미로 '불타'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고 키도 크고 몸도 단단해서 100미터 떨어져서 보면 미남으로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와 보면 그렇지 않다는 의미로 '100미터 미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 더. 내 친구가 알려준 별명은…… 흐하하 '저꼭지'. 귀로 듣기하면 하면 꼭 '젖꼭지'로 들려서 첨에는 굉장히 놀랐다. 이 별명의 뜻은 '저게 꼭 지랄이야'인데 선생님께서 그게 뭐냐고 물으시면 '저 분은 꼭 나만 지적하셔'라고 대답하는 거라고 한다. ^^;; 뭐 선생님도 알고 계셨겠지.
4월 이후에는 체육 시간에 무얼 했을까? 물론 체력장 연습을 했지. 그리고 매달리기, 멀리 뛰기, 윗몸 일으키기, 던지기의 점수를 합산하여 점수가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에 한 종목에서 얼마 이상의 점수를 얻으면 체육 점수가 무조건 만점이었다. 맨 첫 날 1분 이상 매달리면 만점을 주겠다고 하셨는데, 흐흑 나는 50초 앞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꺼이꺼이
제일 처음에 한 게 매달리기였는데, 맨 처음이라서 담당선생님께서 아주 까다롭게 구셨다. 턱을 철봉에 대면 실격이라는 거다. 이게 말이 되나? 늘 철봉에 턱을 대고 연습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어떡하라는 거야 도대체? 그러나 어쩌겠나. 못하면 점수 안 나오고 그럼 대학 지원에 불이익이 있을텐데. 그래서 이제껀 단 한 번도 턱을 대지 않고는 매달리기를 해 보지 않은 내가 턱을 전혀 대지 않고서 만점을 받았다는 거다. 인간의 정신력만 무서운 게 아니라 화성인의 정신력도 무서운 것이다.
100미터 달리기는 18초인가 19초였던 것 같고, 던지기는 10미터나 나갔나 모르겠고, 윗몸 일으키기는 완전히 봐주기였기 때문에 정확한 기록조차 모르겠고 멀리 뛰기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오래 달리기는 하지 않고도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에 와서 좋았던 점은, 체육이 필수 과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럼 좋게 좋게 체육 과목을 듣지 않았으면 됐을 것을 상익이가 듣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여성의 건강'이라는 분류 체육에 해당하는 3학점 짜리 이론 과목을 들었다가, 그것도 혼자서, 그만 씨를 보고야 말았다.
도대체 나는 어떤 운동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체육 시간을 통해 내가 배운 건, '난 체육을 못 해'이다.
* 일부 부정확한 내용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내 기억에는 어찌된 일인지 1, 2학년 연달아 투포환을 했던 것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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