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헌금과 밥그릇

호연이는 헌금을 500원씩이나 한다고 한다. 내가 유치부에 다닐 때는 50원이나 100원을 한 것 같은데 그 사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정말 실감난다.

어려서 난 밖에선 말도 잘 못하는 아이였다. 지금도 그런 면이 다 없어진 건 아니지만 어려선 정말 심했다. 게다가 이익이 걸린 일에 있어선 실속을 챙기지도 못했고 힘도 없으니 누가 뺏어가면 뺏기는 수밖에. 그런데 엄마 얘기를 들어보면 가끔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의 내가 참 기특하다.

먼저 헌금 얘기.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용돈을 넉넉히 주시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니 교회에 갈 때도 달랑 헌금할 돈 100원만 주셨던 것이다. 하지만 애들이 교회에 오고 갈 때 어디 그냥 다니나? 가게에 들러 뭐라도 사먹고 하지. 그래서 어머니는 헌금할 돈 말고도 애가 뭐 좀 사 먹게 돈을 더 주라고 아버지께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옆에서 그 말을 듣던 내가

"아니야. 안 줘도 돼. 헌금 거슬러달라고 해서 사 먹으면 돼."

하더란다.

"아니, 선생님이 헌금을 거슬러 주니?"

"응. 선생님이 주던데. 내가 거슬러 달라고 하니까."

아니, 이 녀석이 부모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녀? 두 분은 어이가 없으셔서는…….

그래서 원래 아버지는 절대 그런 분이 아니신데, 내가 교회에 갈 때는 헌금할 돈 말고 중간에 뭐 사먹을 돈까지 따로 주셨다고 한다. 그것도 헌금할 돈으로 100원을 주고 사먹을 돈으로 50원을 주면 50원을 헌금하고 100원으로 사먹을지도 모르니까 똑같은 돈으로 주라는 어머니의 조언에, 똑같이 100원짜리 두 개를 주셨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 난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어쨌거나 헌금을 거슬러 오다니 기특한 것.

이렇게 스스로 기특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문득 내가 어디서 무슨 용기가 나서 선생님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 궁금해졌다. 선생님한테도 말을 잘 못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그랬더니 글쎄 엄마 말씀이, 아마도 다른 애가 선생님한테 헌금 거슬러 달라고 하는 걸 보고 옆에서 나도 그래 달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얘기했을 거라나. 맞는 말인 것 같아. 그래도 헌금을 거슬러 오다니 역시 기특하다.

두 번째는 밥그릇 이야기.

나는 예나 지금이나 밥을 잘 안 먹는다. 밥을 잘 안 먹으면 빵을 잘 먹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럼 국수를 잘 먹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고기를 잘 먹는가 하면 역시 그것도 아니다. 하여튼 뭐든 잘 안 먹는다. 뭐든 잘 먹으면 옆에서 모두 칭찬을 한다.

아마도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을 것이다. 나도 엄마에게서 들은 얘기라서.

어느 날 밥상을 막 차려서 밥을 먹으려고 할 무렵 큰오빠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고는 내가 밥상에 앉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차지해서는 음식들을 뚝딱 해치워 버렸다.

내 밥그릇 앞에 앉은 건 안○○ 아저씨였다. 늦게 밥상에 와서 내 밥그릇이 텅 빈 걸 알게 되자 나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렸고 안○○ 아저씨는 미안해서인지 무안해서인지 어쩔 줄을 몰랐다. 엄마는 그러게 네 밥그릇은 네가 챙기라든가, 아니면 일찍 와서 밥을 먹으라든가 하는 충고를 남기셨을 테고.

그 일이 있고 나서는 막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큰오빠 친구들이 들이닥치면 나는 내 밥그릇을 두 손에 꼭 들고는 내려놓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오! 밥은 먹지 않아도 내 밥그릇만큼은 꼭 챙기겠다는 일념이 기특하다.

4337-08-29 | 황미자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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