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렇게 다치시고 나서 오른쪽 팔을 전혀 쓸 수 없어졌기 땜에 (거의 두 달을 그렇게 지내셔야 한다네요. 깁스했는데) 내가 밥을 차려드려야 하게 되었다. 이걸 전화위복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를 아는 우리 가족과 친척들 일부. 왜냐하면…
쌀 씻어서 물에 30분 이상 담가뒀다가 압력밥솥에 앃어 놓았던 쌀 넣고 물 적당히 부은 뒤 뚜껑을 잘 닫는다 (이게 아주 중요함. 물론 물 조절은 엄마한테 물어봐). 압력밥솥을 미리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은 후 거기에 쌀을 넣어도 되고 조리대 위에 압력밥솥을 올려놓은 후 쌀을 넣고나서 압력밥솥을 가스렌지 위에 올려놔도 된다. 하지만 뚜껑은 가스렌지 위에 밥솥을 올려놓은 후에 닫는 게 좋다. 나는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도 뚜껑의 꼭지가 90도로 서게끔 해 놔야 한다.
가스 밸브를 열고 가스렌즈의 불을 킨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휘휘휘 하고 뚜껑의 꼭지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그럼 엄마한테 물어본다. 엄마 불 꺼? 그럼 기다리라고 한다. 그럼 기다린다. 좀 있다가 다시 묻는다. 엄마 불 꺼? 그래 꺼라. 고 하면 불 끈다.
이제부터 뜸 들이기. 엄마한테 묻는다. 엄마 얼마나 오랫동안 둬야 돼? (내가 집에서 존대말 잘 안쓰는 거 뭐 비밀도 아니고…… 그래도 가끔은 씁니다) 5분 동안 두면 돼? 그래라. 그럼 나 지금부터 시간 잰다. -_-
그리하여 5분 뒤 뚜껑을 열러 간다. 이제부터가 공포와 두려움과 위험의 시간…… 두두두두두두ㄷ… 뜨거운 것과 불을 무지무지하게 무서워하는 미자. 압력밥솥이므로 먼저 뚜껑의 꼭지를 열어 안의 김을 빼내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고등학교 물리책을 참조하시길…… 하지만 미자는 한 번에 꼭지를 밀어제끼지 못한다. 뜨거운 김이 무서워서. 마치 사나운 개 튀기듯이 슬쩍슬쩍 꼭지를 밀고 우연찮게 그 꼭지가 확 90도 옆으로 눕게 되면 김이 휘이익~하고 나온다. 더 이상 김이 나오지 않으면 뚜껑을 열어도 좋다.
이제 밥을 퍼야지. 음…… 주걱에 붙은 밥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거냐? 흥부의 심정이 이해간다 이해가. 형수님 고맙습니다. 한 번만 더 때려주세용~
아직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내가 그 동안 한 요리는 계란찜 하나뿐.
사기 그릇이 아닌 금속성 그릇 (bowl)에 계란 두 개를 깨쳐 푼다 (하나 하면 정이 안 가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조금이라서... 혼자 먹을 거라고 해도 두 개를 깨야 함. 유기합성할 때도 양이 너무 적으면 반응이 가지 않았듯이 요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 법칙이 성립하든가?). 젓가락으로 살짝 대충 푼다. 이 때 너무 많이 휘저으면 다 삭아버린다고 그래서 맛이 없다고 한다. (첫날 너무 많이 저어서 혼났음) 다른 그릇에 물을 1:1 ~ 1:0.8 부피비로 붓고 (계란의 양에 대해서) 왕소금 (맛소금 넣으면 맛없다)을 넣는다. 물을 먹어봐서 짠 맛이 날 정도로. 이 소금물을 계란에 넣고 다시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물과 계란을 잘 섞는다. 이럴 때 '균일하게'란 표현이 필요하지.
냄비를 준비한다. 냄비에 물을 붓는데 계란물이 들어있는 그릇이 둥둥 떠다니지 않을 만큼 붓도록 한다. 물이 들어있는 냄비에 계란물이 들어있는 그릇을 넣고 냄비 뚜껑 덮고 불 위에 올려 놓는다. 중탕시키는 거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지는 나도 모르겠다. 시간을 재지 않았거든. 경험만이 알 뿐이다. 다음에 또 할 때는 시간을 재야겠다.
대학 2학년 유기화학 실험할 때 결과 리포트에다가 단 한 번도 discussion을 써본 일이 없지만 이번에는 써보기로 하지.
- 요리는 유기합성보다도 더 어렵다.
내가 요리에 재능이 없거나 원래부터 내가 요리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훨씬 어려서는 곧잘 요리하곤 했다. (모두 말리는 분위기였지만...... -_-) 심지어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요리법과 요리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요새 한창 뜨고 있는 퓨전 (fusion) 요리도 내가 이미 그때 개발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슬픈 떡볶이 사건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퍼가지 마세요. 주소(URL)를 하이퍼링크로 연결하는 건 됩니다. 필요하면 인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