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꿈 이야기 (7) - 끝

* 이 글은 2000년 8월 18일 화학과 93학번 잡기장에 올렸던 글로서, 꿈에서 깨자마자 적은 것이지요. 몇몇 표현은 화학과 내에서 학생들끼리 일반적으로 쓰는 걸 그대로 사용했을 뿐으로 (예를 들어 교수 이름에 '방'을 붙이는 표현) 비방하거나 깍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 글은 실화가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코미디란다.

그 때까지도 몰랐는데, 나와 내 친구가 서 있는 곳은 골목이 아니었어. 무슨 연구 단지 같은 곳의 안이었는데, 직사각형과 원을 합쳤다가 대충 흩어놓은 듯한 (???) 모양으로 담이 둘러싸고 있고 그 안쪽은 밑이 훤히 뚫려 있고 그 바깥쪽으로는 (아마도) 연구소 건물이 둘러싸고 있었어. 그리고 그 담 안쪽으로는 십자 모양의 길이 나 있었지. (자하연을 생각하시기를. 자하연 둘레를 사람 허리나 가슴 정도의 담이 둘러싸고 있고 그 바깥은 4층 정도 높이의 건물이 둘러싸고 있고, 자하연의 연못 물 대신 뻥 깊게 뚫린 공간만 있고, 자하연 위의 일자 다리 대신에 십자 다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지) 우리는 그 십자 모양의 길 교차점 부근에 서 있던 거야.

염소 두 마리는 계속해서 그 불량배를 쫓아갔고 불량배는 계속해서 도망다녔지. 다행히도 염소들은 우리 곁을 지날 때에도 우리를 따라 오지는 않았어. 이제 불량배와 염소는 그 담 주위만을 계속 맴돌았고, 십자로 난 안쪽 길로는 들어오지 않았어. 그렇게 계속해서 돌고 도는 일이 계속되었는데, 그 소동에 연구소의 다른 사람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어느새 담 주위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염소에게 쫓고 쫓기는 행렬이 형성되었어. 상상해 보라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염소를 잡으려고 또 염소에게 쫓겨서 뛰는 모습이라니! 염소는 어느 새 네 마리로 늘어나 있었고 (왜지?), 그 수십 명의 사람들 중에는 경비인가 경호인가를 하는 경찰인지 군인 비슷한 사람들도 몇 명 있었는데, 복장은 꼭 북한의 군인 같은 복장을 하고 있더군.

하여튼 그 소동 끝에 결국 염소는 붙잡혔고, 난 꿈에서 깨어났지.

 

꿈의 끝부분은 반쯤은 잠이 들고 반쯤은 깬 상태로 꾸었어. 계속 잤더라면 2부를 꾸었을지도 모를 텐데 (실제로 난 자다가 깬 후 다시 잠들었을 때 2부를 꾼 일도 있고, 또 몇 달 뒤에 전에 꾼 꿈의 2탄을 꾼 일도 있음), 도저히 이 꿈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냥 깨어 버렸지. 그 때가 아침 6시 30분 경.

그리고 난 컴퓨터 앞에 앉은 거야. 기록해 둬야지. 그대들은 이 이야기가 웃기고 황당하고 이은방을 모략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꿈 꿀 때 굉장히 심각했어. 진짜루. 이 이야기가 우습게 들린다면 그건 순전히 내 글솜씨 때문이야. 진지하지 못한 글솜씨 때문이라구.

한편, 아침 일찍부터 컴퓨터를 타닥거리고 있는데 놀란 어머니, 직접 보러 오시다.

"웬일이니 네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분명 일을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으나, 웬걸, 잊기 전에 꿈을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에 어이가 없으신 어머니.

"엄마, 너무 마음이 아파서 꼭 기록해 두어야겠어."

나 때문에 얻어맞은 사람이 있다고 간단히 말씀드렸지만, 어머니는 그 일이 뭐가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냐고 하시더군. 꿈이라고 그렇게 무시하다니!!!

"엄마, 나가 나가. 난 누가 있으면 일도 못하고 글로 못 쓰고 공부도 못한단 말이야. 나가 나가."

"읽을까봐 싫다 이거지?"

그렇게 말씀하시고 어머니는 나가셨다.

아홉시가 다 되었군. 배고프네.

어쨌든 이 꿈의 포인트는 내 친구가 조폭이어서 슬펐다는 것도 아니고, 이은방이 조폭의 아지트 또는 양산지였다는 것도 아니다. 이 꿈의 포인트, 이 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미안하고 죄송스럽고 슬프고 아픈 마음'이다.

나 때문에 그토록 얻어맞은 거 미안해요…… 흑흑 어서 검도를 배워야지. 그리고 꼭 2부를 꾸어서 그 대장간을 찾아가서 꼭 감사의 말을 전해야지.

- 끝 -


참고로 셈틀마을 2000에는 이 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덧붙여 적어 두었군요.

오늘 꾼 꿈이다. 왜 갑자기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난 정말 모르겠어. 어제 본 프로그램은 포켓몬스터이고, 경찰 특공대는 보지도 않고, 또 어셔가의 몰락 외에는 읽은 책도 없는데.

끝으로 그 날 이후 오늘까지 아직 2부를 꾸지 못했습니다.

4335-10-20 | 황미자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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