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꿈 이야기 (5)

* 이 글은 2000년 8월 18일 화학과 93학번 잡기장에 올렸던 글로서, 꿈에서 깨자마자 적은 것이지요. 몇몇 표현은 화학과 내에서 학생들끼리 일반적으로 쓰는 걸 그대로 사용했을 뿐으로 (예를 들어 교수 이름에 '방'을 붙이는 표현) 비방하거나 깍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 글은 실화가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음식점에서는 영화를 보여줬어. 그 때는 이미 사람이 꽤 들어차 있었고, 내가 아는 사람도 건너편에 앉아 있었는데, 누구였는지는 잘 모르겠고. 창은이였나? 할 수 없이 난 그 자리에서 김밥을 먹으면서 영화를 봐야 했어. 창은이였나 하는 대각선 쪽에 앉은 남자가 방해되니까 조용히 먹으라고 눈치주더군.

영화는 우리나라의 옛날 영화 아니면 삼류 영화 같은 분위기였어. 죄 없이 집단으로 얻어맞은 뒤 누명쓰고 감옥에 갇힌 사람이 나오는, 깡패, 액션, 법정, 정치성 짙은 그런 영화였어. 어떤 사람 (변호사는 아니었는데)이 와서 그에게 이제 그만 인정하라는 식으로

"당신은 왜 직접 대통령에게만 반복해서 사면(?사면은 아니고 그러니까 직접 대통령령으로 조사해 달라는 뭐 그런 것인데, 어떤 용어를 썼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을 요청하는 거요?"

물었고, 몇 번의 대화 끝에 그 감옥 안의 남자는

"이제 곧 고문이 시작될 거요. 난 그런 고문은 견딜 수가 없소."

라고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는 식으로 말했고, 그런 대화에서 이 영화도 광범위한 폭력과 진실 은폐에 관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 내 현실과 똑같군. 게다가 화면도 참혹했어. 난 밥을 먹는 데에만 열중했지. (이건 거의 『가위』 볼 때 수준이닷!) 그리고 친구에게는 끔찍해서 더 볼 수도 없고 이제 그만 가야겠다고 했어. 그리고 김밥은 다 먹었지만, 친구에게는 남겨서 조금 싸간다고도 말했지. 이걸 학교에 가져가서 먹으면 된다고.

불행히도 내 친구는 나를 따라 나섰어.

난 친구에게 조폭의 보스와 보스 바로 밑의 놈에 대해서 은근히 물어 보았어. 친구는 의외로 자세히 설명해주었어.

보스의 바로 밑의 놈이 막자와 막자사발을 들고 검은 가루의 시약을 갈고 있던 노가다를 했다지 않아. 역시 그 놈은 그런 놈이었어. 실험실 물을 먹은 놈이었다고. 그런데 도대체 왜? 왜? 왜? 왜? 왜? 이은방 사람인 거지? (실제 하는 일은 최진호방 사람일 텐데 분위기로는 이은방) 난 충격받았어. 학교가 조폭에 물들어 있다?

"뭐야, 그 사람이 이은방을 졸업한 사람이라고?"

"아니, 졸업한 게 아니라 지금 다니고 있다고."

대학원생이라고? 그 보스 바로 밑의 놈이 말이야? 아니 이은방에 그렇게 잘생긴 남자가 있었던가?

그리고 또 친구의 말이 보스도 이은방 사람이라든가 아닌가? 또 하는 말이 그 여자도 이은방 사람이라는데, 그게 보스가 여자라는 뜻인지, 보스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뜻인지, 사실은 보스의 바로 밑의 놈이 여자라는 뜻인지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남자였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난 진짜 진짜 충격받았다. 게이였나?)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거야. 하여튼 확실한 건 그 보스의 바로 밑의 놈이 현재 서울대학교 화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이은방에 있다는 사실이지. 이은방이 조폭의 아지트? 그 때, 예전에 어디선가 이은방 출신 몇 명이 조폭에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어. (아랄라…… 이은방에서 알면 날 죽이려 들겠군.)

한편 보스는 어떤 인간인가 하면 참으로 침착한 놈이지. 보스 바로 밑의 놈은 좀 흥분하기를 잘하고 분위기를 타는 편이거든. 반면 보스는

"냉정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걸 자랑으로 삼는 사람이야."

라는 거야. 친구는 보스에 대해서 차가운 어조로 그렇게 말했어. 과연……

'그렇다면 너(내 친구)는 어떤 사람이지?'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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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5-10-20 | 황미자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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