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0년 8월 18일 화학과 93학번 잡기장에 올렸던 글로서, 꿈에서 깨자마자 적은 것이지요. 몇몇 표현은 화학과 내에서 학생들끼리 일반적으로 쓰는 걸 그대로 사용했을 뿐으로 (예를 들어 교수 이름에 '방'을 붙이는 표현) 비방하거나 깍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 글은 실화가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종점은 관악산에 있는 것이니 당연히 그 위로는 올라가는 길이지. 난 조폭을 따라 올라갔어.
조폭은 (꿈속 세상) 광범위하게 곳곳에 퍼져 있었고 지능적이고 똑똑한 애들이었어. 우선 난 거기에 놀랐고 또 내 친구가 조폭이라는 것에 놀랐지. (내 친구의 모습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위기로 볼 때 캔디에 나오는 캔디의 고아원적 친구 같은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 긴 생머리에 무조건 한없이 약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그런 것. 정말 조폭의 위장술은 뛰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꿈에서 그 애가 긴 생머리를 휘날린 기억은 전혀 없군.) 그밖에도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가고 여러 가지 것들을 봤지만 자세히는 기억나질 않아.
난 이제 그만 돌아갈 핑계를 대야 했어. 언제까지 거기에 머물렀다가는 진짜 조폭에 빠져야만 할 것 같았거든. 돌아가서 계획을 세워야지. 조폭을 몰살시킬 계획을!
그래서 난 실험실에 가서 일을 해야한다고 말했어. 그 날이 일요일이었던 것 같아. (꿈에서 난 여전히 대학원생인가봐) 그랬더니 조폭들이 순순히 날 보내주려 하더군. 짜식 멋있는 놈들. 근데 이 얘기를 먼저 해야겠군. 조폭 중 그 보스 바로 밑의 놈이 내게 작은 종이쪽지 다섯 장을 보여 주었는데, 대충 손으로 찢어낸 것 같은 종이였어. 첫 번째 두 장도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었는데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 그리고 세 번째 종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무슨 물리책이나 화학책에 나오는 것 같은 그림이었어. 그건 기다란 직사각형 비슷한 모양의 것이 가로로 길게 겹겹이, 따로는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싸여 있는 것이었어. 난 금방 알아보았지. (똑똑하기도 해라) 그건 결정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러니까 편광이랄까 어떤 방향성이 일정하게 배열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러니까 방향성이 일정해야만 어떤 효과를 극대화시켜 나타낼 수 있는 것이었어.
난 내 의견을 그 보스 바로 밑의 놈에게 말했어. 맞는다고 하더군. 그리고는 나에게 아주 자랑스럽게, 이걸 만드느라 무척 힘들었다는 거야. 아주 오랫동안 힘들게 갈았다고 하더라구 (뻔하지 뭐 막자와 막자사발을 가지고 갈았다는 뜻이야. 이 사람 최진호방 같은 일을 하고 있군). 내가 말했어. 원래 이런 게 다 '노 가 다' 라고. 그랬더니 내가 '노 가 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놀라면서,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더라고. 난 시치기를 떼고 물었어. 그런데 이건 어디에 쓰는 것이냐고. 그랬더니 보스와 보스 바로 밑의 놈이 정색을 하며 그건 가르쳐 주지 않더라고. 바보 같은 놈. 이미 난 다 알고 이는데. 나머지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의 종이쪽지에 폭탄 제조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는 걸 봤거든. 이건 폭탄을, 고성능 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어.
난 조폭을 벗어나려 했어. 하지만 그들이 날 순순히 놓아주겠어? 날 의심하고 감시하려 했지. 내 친구를 통해서 말이야.
내게 점심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길래 김밥을 사 가지고 가야겠다고 했어. 그리고는 어느 가게가 싸고 맛있는지 모르겠다고, 한 3000원 정도나 아니 2000원 하면 좋겠다고 말했지. 그랬더니 가게를 세 군데 알려 주더라고. (난 가게 이름 못 외우겠다. 다만 녹두거리에 그 가게가 있다는 건 확실하지)
난 혼자 내려왔어. 친구를 떼어놓고 온 사실에 기뻐했지. 같이 오면 내 마음대로 일을 꾸미지 못할 테니까. 사실 학교에 갈 생각도 없었고 더더군다나 김밥을 살 생각은 없었지만, 만일 내가 김밥을 사지 않는다면? 이들이 그 김밥집에 물어봐서 내가 사지 않은 것을 알 테고 그럼 내가 다른 곳으로 샜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고, 그러면?
그래서 난 진짜로 김밥을 한 덩이 사기로 했어. 하지만 가기로 했던 가게가 눈에 띄지 않더군.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른 가게로 들어갔지. 삼각형 모양의 지붕을 가지고 있는 가게였어.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무슨 다방 같은 분위기더군. 손님이 두 테이블 정도인가 있었는데, 내가 한 여종업원을 붙잡고 물었지.
"여기, 김밥 한 개도 포장되나요?"
"예, 됩니다."
"그럼, 김밥 한 개만 포장해 주세요."
난 아무 의자에나 앉아서 기다렸어.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 음식점 안으로 내 친구가 들어온 거야. 하아, 숨이 가빠 오더군. 얘를 또 어떻게 따돌리나. 나를 감시하러 온 게 분명한데.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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