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꿈 이야기 (2)

* 이 글은 2000년 8월 18일 화학과 93학번 잡기장에 올렸던 글로서, 꿈에서 깨자마자 적은 것이지요. 몇몇 표현은 화학과 내에서 학생들끼리 일반적으로 쓰는 걸 그대로 사용했을 뿐으로 (예를 들어 교수 이름에 '방'을 붙이는 표현) 비방하거나 깍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 글은 실화가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때 나타난 두 명의 남자 (거의 준주인공급이었으므로 당연히 키도 크고 무지 잘생겼음)가 우리가 도망가는 동안 그 조폭을 상대해서 싸웠어. 그렇지만 조폭 쪽은 숫자가 훨씬 많았어. 두 명의 남자가 한 명에 세네 명은 상대해야 했으니까. 두 명의 남자가 얻어맞는 걸 멀리서 보게 됐어. (사실은 겨우 십-이십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였음) 정말 마음이 아프고 무섭고 그랬어. 나 때문에 저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큰 길가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탁자가 하나 있었고 그 주위에는 내 친구와 그 주변의 상인들 기타 등등의 사람들이 있었어.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질 않더라고. 내가 말했어.

"신고해요, 신고해 줘요. 빨리 빨리 112에 신고해요." (사실은 무지 다급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꿈쩍도 안 했어. 난 반쯤 울면서 전화버튼을 눌렀어. 하지만 처음에는 당황해서 전화버튼을 잘못 눌렀어. 전화를 죽이고 다시 눌렀어. 1 1 2 . 그 때까지도 난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 일이 분. 그래 일이 분 안으로만 경찰이 오면 죽지는 않겠지. 크게 다치지는 않을 거야 라고. 그 때에도 나는 그 두 명의 남자가 맞고 있는 걸 보고 있었거든.

신호가 가니까 기계소리가 나더라구. 그 녹음된 소리 있잖아 (실제로는 이렇지 않다. 우리 집에 강도가 들어와 봐서 아는데 112는 전화하자마자 진짜 사람이 받는다). 하지만 난 상관 않고 말했어. 반쯤 더듬는 듯한 반쯤 우는 듯한 목소리로

"빨리 빨리 여기로 와 주세요. 여기는 …… 종점 바로 위인데 사람들이 얻어맞고 있어요. 빨리 와서 구해 주세요. 여기는 여기는 저기 아래에 …… (뭔가 분위기 있는 건물이 있어 위치를 알려주려고 말했는데, 다시 한 번 자세히 간판을 보니까 무슨 술집이었던가 그랬어…!)가 있고 빨리 와주세요…"

그런데 전화 건너편에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아니 오히려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는 거야. 난 더 급해졌어. 주위를 둘러보니까 내 주변에 일곱 명쯤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서로 잡담하고 웃고 있었어. 그래서 전화를 통해 이 소리를 듣고 아마도 내가 장난전화를 걸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고 생각했지. 실제로 전화 건너편에서 그랬거든. '이거 장난전화하나……'

그래서 난 내 옆에 있던 나보다 나이가 꽤 어린 한 명의 여자에게 전화를 건넸어. 말 좀 해 보라고. (이 여자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 나와 잠깐 대화를 했던 인물인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나와는 안면이 있는 인물로 생각되지만, 대화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이 이야기와는 관계도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임의로 생략함) 그 여자 애가 수화기를 받았어. 그 때까지만 해도 난 가슴을 졸이며 어서 빨리 경찰이 와 주기를 바랬어. 아! 시간이 없는데. 하지만 그 여자애는 수화기에 대고 이렇게 말했어. 아주 태연하게 얼굴에는 미소까지 띠면서 말이야.

"아니에요. 안 오셔도 돼요. 네, 그럼요 장난전화 한 거예요. 네……"

그리고 전화를 끊었어. 난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 애를 쳐다보았지. 그 애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날 보더군. 내가 말했어.

"너, 보복을 당할까봐서 그런 거야? 그게 무서워서,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야?"

그 애는 아무 말도 안 했어. 하지만 나는 곧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어. 주위를 둘러보고 그 애의 전화 내용을 듣고 알게 된 거지. 여기에서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내가 뭔가 나서서 하지 않으면…… (꿈이었지만 정말 머리가 파파팍 돌아갔고, 또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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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5-10-20 | 황미자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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