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꿈 이야기 (1)

* 이 글은 2000년 8월 18일 화학과 93학번 잡기장에 올렸던 글로서, 꿈에서 깨자마자 적은 것이지요. 몇몇 표현은 화학과 내에서 학생들끼리 일반적으로 쓰는 걸 그대로 사용했을 뿐으로 (예를 들어 교수 이름에 '방'을 붙이는 표현) 비방하거나 깍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 글은 실화가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꿈을 꾸기 전에 다른 꿈도 꾸었지만, 그 꿈과 이 이야기와는 직접적인 (현재까지는) 연관관계가 없다고 생각되는 데다가, 그 전에 꾼 꿈은 자세히는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적지 않습니다.

나는 한 명의 여자 (당연히 친한 친구겠지)와 걷고 있었어. 여기 집에서 20분쯤 떨어져 있는 종점 부근이었는데, 그런데 어디서 나타난 건지 한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애 둘이서 내 지갑을 통째로 훔친 거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 내가 그 애들을 잡았지. 그랬더니 좀 말라보이고 키도 좀 작은 애는 순순히 자백을 하고 시인을 하는데, 좀 뚱뚱하고 키도 좀 큰 애는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고 버티는 거야. 그래서 내가 때려 줬지. 아주 약하게. 진짜 약했어. 처음에는 손바닥으로 머리를 살짝 (두 번) 쳤고 그 다음에는 주먹으로 알밤 때린 거였지. 그리고 내가 말했어.

"너희 집 어디야? 안 되겠다. 너희 부모님께 가야겠다."

고 말이야. 아! 이게 실수였고, 모든 사건의 원인, 발단이었어.

내가 그러니까 그 좀 뚱뚱하고 키도 좀 큰 애가 순순히 따라 오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 좀 마르고 키도 좀 작은 애는 약간은 말리는 듯한 눈치였어. 하지만 나와 내 친구는 따라갔지.

그런데 그 좀 뚱뚱하고 키도 좀 큰 애가 데려가는 곳이 의외였어 (사실은 몇 십 미터도 가지 않았다). 왠지 느낌에 따라가지 않아야 하는 것 같은, 따라 갔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 하지만 나와 내 친구는, 따라 갔지.

따라 갔더니 막다른 골목인 거야. 게다가 그 막다른 골목 안에는 자동차가 한 대인가 두 대가 서 있었고, 거기에는 쇠파이프 같은 건가? 하여튼 긴 몽둥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불량배 (소위 조직폭력배, 줄여서 조폭) 들이 여섯 내지 일곱 명쯤 서 있었어. 서 있는 폼은 그럴싸했는데 분위기는 참으로 험악했어. 꿈인데도 느낄 수가 있었어. 정말 진짜 현실처럼 험악했어. 숨이 탁 막혀 왔는걸. (나 전에 조폭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고등학교 때인가 중학교 때인가에 약간 맛이 간 애들을 등교길에 만나서 잡힌 적이 있어서 그 분위기를 조금은 안다 - 이 짧은 얘기는 나중에 해 줄게 (주1). 난 친구에게 말했어.

"뛰어!"

그리고 뛰었어. 조폭애들이 따라 왔지. 아찔했어. 거의 큰 길에 다다랐을 무렵, 블록이라는 단위를 써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블록만 가면 큰 길인데, 그 때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났어. (사실 그 조폭을 만난 막다른 골목은 큰 길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서 바로 한 블록 다음에 나타난 오른쪽 골목이었다. 그러니까 큰 길에서 왼 쪽으로 꺾어 들어가서 다시 한 번만 더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막다른 골목이었지. 몇 십 미터도 안 되는 거리야. 난 꿈에서도 뛰는 걸 싫어 하나봐.)

- 계속


* 주1 : 화성인이 만난 지구인 > 나를 위험에서 구해준 남자 (1) ~ 후기까지를 참고할 것.

다음 이야기로 가기
4335-10-20 | 황미자 | 황씨신문

퍼가지 마세요. 주소(URL)를 하이퍼링크로 연결하는 건 됩니다. 필요하면 인쇄하세요.

목록

의견은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남겨 주세요.

목록

왼쪽 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