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만화와 만화주제가와 나

TV 만화를 보고 있을 때는 내게 심부름도 시키지 않는다. 아니 가지를 않지. 때로는 밥도 먹지 않지만 그러다가 혼나기 일쑤다.

TV 만화 - 채널 독점

어려서부터 TV에서 만화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다른 채널에서 무엇을 하든 간에 절대 돌리지 못했다. 누가 만들었는 지는 몰라도 어린이 프로그램, 특히 TV 만화는 꼭 보여준다는 것이 예전부터의 우리집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런 방침이 현재까지도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어서 웬만해서는 만화가 하는 동안에는 다른 채널에서 뉴스를 하든 속보가 나오고 있든 채널을 돌리지 않고 있다.

TV 만화 - 속보를 알려 드립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게 언제더라? 내가 대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였던가?

그 날 저녁 난 역시 집에 일찍 돌아와 TV에서 만화를 보고 있었는데, 5시 50분쯤 짤막하게 '삼풍백화점 몇 층인가의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고 TV 밑에 자막으로만 속보가 들어왔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지.

6시부터는 KBS2에서 <명탐정 셜록 하운드> (옛날 이름은 <명탐정 번개>)를 시작했고 난 이 만화의 애청자였다. 그런데 이 만화가 시작되고 나서 약 15분쯤 지났을 때 갑자기 화면이 끊기더니 어떤 아저씨가 나와 '속보를 알려드립니다'고 하는 것이다.

"아니 이런! 만만한 게 만화지 무슨 일만 터지면 꼭 만화를 중간에 잘라?"

그래도 곧 다시 시작하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삼풍백화점 사고는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바로 몇 십분 전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사고가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재난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엄마! 엄마! 백화점이 무너졌대!"

말은 이렇게 했어도, 혹시 뉴스 속보가 끝나고 나면 아까 중간에 끊긴 만화를 계속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기다렸지만... 역시나 만화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 날이 아마 화요일이나 목요일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 주에 오늘 못 보여준 걸 보여주겠지 설마?'

했었으니까. 그런 맘으로 일주일을 기다렸건만 다음주에도 그 때의 만화는 다시 보여주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얼마나 얼마나 원망했던지.

백화점 무너진 것보다 중간에 끊긴 만화에 더 신경을 쓰는 나를 욕해도 할 수 없다 뭐.

TV 만화 - 듣기만이라도 할 테다

SBS에서 저녁 6시인가 6시 30분에 <마법기사 레이어스>라는 만화를 했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1부는 보지 않았었고 우연한 기회에 2부의 첫회를 보게 되었다.

"아니, 이런 유치한 만화가 다 있었어? (<마법기사 레이어스>는 중간중간에 등장인물이 SD형으로 변한다)"

그러나 잠시후 한 인물이 등장하였으니 이름하여 '란티스'.

난 그런 생김새를 '퇴폐적'이라고 표현하는데, 말이 적고 우수에 찬 듯 하지만 또 날카로운 그런 얼굴을 가졌다. 게다가 란티스 역을 맡은 성우의 목소리가…… 죽 여 줬 다! 그래서

"아니, 이런 사람이 다 있었어?"

하고 그 이후부터는 열심히 보려고 했지만 학교 수업, 실험, 그리고 시험이 저녁이 있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그 뒤로는 몇 편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 슬픔에 잠겨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요일날 아침 8시에 SBS에서 하던 <만화잔치>에서 <마법기사 레이어스>를 재방송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난 일요일 아침에는 '부지런한 새'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집 TV가 SBS는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유선 달자고 해도 우리 엄마 절대 안 된다고만 T_T), 칼라가 아닌 흑백 만화를 보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좋아 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드디어 1부의 마지막회를 하는 날이 왔다. (1부의 마지막회는 원래 30분이 아니라 1시간이라고 한다) 들뜬 마음에 TV를 켰는데, 아니 이게 웬일? TV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지지직 지지직. 흐억!

'안 돼.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아침 밥상이 들어왔다.

"얘, 그게 뭐냐? TV 나오지도 않는데 꺼라."

"아니야! 오늘이 아주 중요한 내용인데 소리만이라도 들을 거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면서, 지지직거리는 잡음 중간중간에 마법기사의 비명 소리, 자카드가 외치는 소리 (어라? 자카드에게도 마신이 있었나? 하지만 어쩐지 자카드의 명령 소리는 어색한 걸.), 에메랄드 공주의 슬픈 목소리 등등을 들으며 나름대로 내용을 재구성해 가고 있는데... 결국 엄마한테 한 대 맞고 TV는 꺼졌다. T_T

TV 만화 - 자명종

일요일 아침 8시에 TV에서 만화를 보여주는 일이 많았다. 어려서는 6시 10분에 만화를 한 일도 있다. 자명종을 켜놓고 잔다고 해서 내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믿을 건 식구 중 누군가가 날 깨워주는 것뿐.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가 있었던 건 아니다. 왜냐하면, 만화가 하는 날이면 누군가 날 깨우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그 시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8시에 만화가 하는 날이면 일어나 TV를 틀면 노래가 나오기 전 광고를 하고 있었고 6시 10분에 만화가 하는 날이면 6시에는 일어나곤 했다. 반드시 그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졌던 것이다. 하하하.

TV 만화 - 내 장래 희망은 대통령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하루 종일 TV에서 만화만 나오게 할거야."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했다.

하루 종일 만화만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만화 안 보고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후훗, 지금도 뭐 하루 종일은 아니어도 꽤 많은 시간을 만화 보며 살고 싶기는 하지.

TV 만화 - 선생님, 저는 도서관에서는 공부가 안 돼요.

고 3 때 KBS2에서 <별나라 손오공>을 재방송해줬다. 어려서 못 본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다 보고 말리라는 각오를 했으나, 어디 내가 보통 신분의 사람이더냐? 고 3 수험생이란 말씀. 게다가 학교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남아 공부하도록 시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만화를 볼 수 있을까나? 그래서 결국 난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서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도서관에서는 공부가 안 돼요."

담임 선생님은 참 착하기도 하시지, 아니면 내가 못됐던가? 조르고 졸라서 결국 난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올 수 있었다. 밥 먹고 TV에서 만화보고, 아 난 얼마나 행복한 수험생이었던가!

난 비록 수험생이었지만 내가 TV에서 만화를 보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합의가 됐지 뭐. 공부를 해도 만화는 보고 한다!

TV 만화 - 엄마, 보고 얘기해 줘.

<AREA 88>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다. 네 편짜리 OVA이라고 하던데, 내가 중학교인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어느 날 갑자기 KBS에서 방영해 줬다.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이름으로.

노랑머리의 주인공이 한국인으로 나와서 날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식의 머리 염색이 거의 없었음) 멋진 비행장면과 탄탄한 내용이 그 어색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만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족했다. KBS에서는 <지옥의 외인부대>를 2부로 나눠서 방영했는데, 1부는 볼 수 있었지만 2부는 무슨 중요한 약속 때문에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꼭 그 2부를 보고 나서 내가 집에 돌아오면 설명해줘야 한다고 약속에 약속에 신신당부에 부탁말씀을 드렸던 것이다. 그렇게도 엄마를 철썩 같이 믿었건만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우리 엄마의 첫마디는

"그렇게 재미없는 걸 왜 보라고 했냐?"

우리 엄마, 보기는 보셨는데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으셔서 도대체 이 남자가 죽었다는 건지 어떻게 됐다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결국 2부의 내용은 <지옥의 외인부대>가 <AREA 88>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인 몇 개월 전 지하를 통해 겨우 알 수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재수할 당시 저녁 5시 30분에 KBS1에서 <미래소년 코난>을 재방송해줬는데 그 날 버스가 막힐 것 같길래 미리 집에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조금 늦을 것 같으니까 미리 9번에다가 틀어놓고 엄마가 보고 있다가 나 오면 설명해줘야 돼."

15분쯤 늦었다. 집 밖에서는 소리를 듣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TV 앞에 앉아 나머지를 다 보고, 끝나고 나서는 엄마로부터 앞부분의 설명을 들었다.

TV 만화 - 잘 키운 조카

예전에 KBS2에서 <지구용사 선가드>를 했었는데 좀처럼 마지막회를 볼 수가 없었다. 제목을 보면 마지막회인 것 같은데 그 날 끝나지 않고 꼭 다음 회로 미뤄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회를 놓치고 말았다. 대학생이 만화를 챙겨 보는 건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데 어느 날인가 작은 언니가 하는 말이, 언니네 반 아이 중 하나가 일기에다가 썬가드의 마지막회를 적었다며 그거 갖다 줄까? 하는 거였다 (언니는 그 때 학원강사였음).

"정말? 갖다 줘 갖다 줘."

그래서 그 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정말로 언니가 그 일기장을 갖다줬는데, 웬걸? 도저히 내용 파악이 안 되는 것이다. 죽었다는 건지 살았다는 건지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건지?

"언니, 뭐야. 잘 좀 가르치지 이게 뭐야? 하나도 모르겠네."

그 뒤로 난 조카를 잘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만화를 보고 나면 반드시 조카에게 그 내용을 얘기해 보도록 시켰다. 틀린 부분은 고쳐주면서 어떤 식으로 어떤 내용을 기억해야 하는지 교육시켰던 것이다. 내가 만화를 보지 못했을 때 대신 조카를 통해 그 내용을 듣기 위해서. ^^;;

그래서일까? 지금 내 조카들에게 물어보면 아주 설명을 잘 해 준다.

TV 만화 - 막-내-고-모-, 고모가 좋아하는 거 해!

지환이가 서너살 적 우리집에 와 있었을 때.

"막-내-고-모-! 고모가 좋아하는 거 해."

"응! 알았어 갈게!"

후다닥!

TV에서는 막 <빨강머리 앤> 노래가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는 조카도 알고 있었고 그 시간이 되면 시키지 않아도 불러주곤 했다는 것.

TV 만화 - 엄마, 미자 깨워요.

작은 언니가 결혼한 후 어느 방학 때 KBS2에서 아침 8시부터 한시간 동안 <빨강머리 앤>을 방영해줬는데 난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빨강머리 앤 하던 첫 날,

"따르릉!"

"엄마, 미자 깨워요. 지금 7번에서 빨강머리 앤 해주는데."

"벌써 보고 있다."

엄마가 깨워서 이미 난 만화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도 날 깨워주시고 작은 언니도 전화해서 알려 주고, 이래저래 난 행복하군.

TV 만화 - 난 이런 책도 읽어.

TV에서 방영된 만화는 얼마 후 그림책 형식으로 서점에 나오곤 한다. 그런 책을 아이들만 읽는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도 그런 책을 읽곤 한다. 주로 TV에서 마지막회를 보지 못한 경우인데, <달의 요정 세일러문>, <나디아>, 그리고 <지구용사 선가드>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서점에서 그만 집에 가자고 재촉하는 언니에게

"언니, 이것만 다 읽고."

라며 결국은 끝까지 다 읽고 간대나 뭐래나.

극장용 만화 - 나도 볼 거야!

<철인사천왕>을 보러 갔을 때의 일.

<철인사천왕>은 우리 나라 최초의 100% 3D 애니메이션으로, 큰언니랑 같이 지환이, 지일이를 데리고 양재동에 있는 교육문화회관에 보러 갔다. 언니는 조카들을 데리고 극장에 가도 같이 보는 게 아니라 조카만 들여보내고 언니는 밖에서 기다리곤 했기 때문인지, 나도 당연히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표를 두 장만 끊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뭐야? 나도 볼 거야!"

그래서 표를 세 장 끊고 이것이 철인사천왕인가 철인사천왕의 탈을 쓴 에반겔리온인가 하며 영화를 봤다는 거다. 언니가 표 세 장 값을 다 냈냐구? 천만의 말씀. 언니는 조카 한 명분의 표값만 내고 나와 다른 한 조카의 표값은 내가 냈다.

만화주제가 - 난 보다 정확한 가사를 원한다.

난 지금도 만화가 시작하기 전 오프닝을 열심히 보는 편인데, 이유는 오직 하나. 만화주제가의 정확한 가사를 알기 위해서이다. 어려서는 주로 만화주제가를 따라부르기 위해서 그리고 만화 속 주인공을 조금이라도 오래 보기 위해 오프닝을 봤겠지만.

하지만 만화주제가의 가사를 좀 더 정확히 기록해 두는 습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했던 수첩에 <엄마 찾아 삼만리>, <은하철도 999>, <천년여왕>, <요술공주 밍키> 등의 주제가 가사가 적혀 있으니 말이다.

만화주제가 - 교육적 효과

지환이가 글을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책을 읽지 않으려 한다고 올케 언니가 좀 걱정을 했었다. 그래서 지환이가 우리집에 왔을 때 A4 용지에다가 앞뒤로 <로보트 태권 브이>, <마이티 마우스> 등의 만화 주제가 6개를 인쇄해줬다.

"지환아, 이게 다 만화주제가야."

만화주제가란 말에 좋아하는 지환이. 그 얇은 종이 한 장을 애지중지하며 생전 보지도 못한 <로보트 태권 브이>의 노래 가사까지 한 자 한 자 열심히 읽는 게 아닌가? 올케 언니가 좋아하더군.

그 일 때문에 얼마 후에는 60여곡의 만화주제가를 모아 아예 책으로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열성고모아냐?

만화주제가 - 아! 감동이 물밀 듯이…

TV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만화를 했고 그래서 어려서 봤던 만화주제가는 기억의 저편 멀리로 사라지고 있을 즈음, 난 대학교에 들어가서 운명적인 두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성지하와 한상균. 만화주제가에 대해서라면 이 둘을 따라올 자 없으리.

11월 초에 있었던 나, 세희, 민재의 생일파티에서 만화주제가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지하&상균 듀엣이 탄생했고 즉석에서 만화주제가 메들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 때 나온 노래가 <그랜다이저>, <원탁의 기사> 등등등. 거의 10년 만에 들어보는 노래에 난 반쯤 넋이 나가서... 아! 정말 그때는 감동 감동 오직 감동뿐이었다. *^^*

만화주제가 - 선물

그 생일 파티가 지나고 난 며칠 후 상균 오빠가 생일 선물을 줬는데, 어느 레코드 가게에 들렸다가 우연히 발견한 거라면서 이걸 보는 순간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만화주제가 테이프!

솔직히 이 선물 받을 때는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집으로 오면서는 빨리 가서 들어봐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레이트 마징가>도 들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 두 개의 테이프 속에 들어있는 노래는 전부 재녹음곡이었다. 실망 실망 낙담.

또 언젠가는 학교에 갔더니 한신이가 아주 반가와하면서 내게 꼭 줄 게 있는데, 내가 아주 아주 좋아하는 거라면서 뭘까? 뭘까? 내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놨다. 그리고나서 책가방에서 꺼내어 준 것은 바로…… <독수리 5형제> 만화책 한 권. 그 때의 황당함을 뭐로 다 설명하리오? 도대체 얘가 날 뭐로 아는 거야? 흑흑흑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는 그 만화책을 열심히 탐독했다는 거 아냐. 또 그 뒤로 조카들이 집에 올 때마다 그 만화책을 사수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쏟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그 만화책은 집에 있다. 가끔씩 언니가 버리거나 조카에게 주려고 할 때마다

"그걸 왜 언니가 챙겨? 내 거야 내 거. 그걸 왜 언니가 주네 버리네 하냐구?"

하며 꼭꼭 챙기고 있다.

만화주제가 - 원곡이 듣고 싶다.

작은언니가 나에 대해서 형부에게 뭐라고 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형부도 더 이상 내게서 착하고 얌전하고 순하고 애교 많고 말 잘 듣는 처제는 바라지 않는 듯 싶다 (형부에게는 여동생이 없음). 단 하나 성공한 게 있다면 내가 만화를 무지하게 좋아한다는 걸 형부도 안다는 사실. 그 결과 형부가 어렸을 적 TV에서 직접 녹음한 만화주제가 테이프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중간에 언니가 잠시 가져가지는 했지만 내가 도로 달라고 했음). 중간중간에 잡음이 들어가 있기는 했지만 원곡의 위대함, 원곡의 감동이 어디 가겠는가? <그레이트 마징가>를 듣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기 때문에

"바로 이거야!"

했지. 형부는 내가 앞뒷면 다 듣는 동안 내 옆에서 노래의 제목을 알려줘야만 했다 (내가 잘 모르는 노래가 반이나 되었기 때문에).

만화주제가 - 오늘부터 새 만화 해.

내가 만화주제가를 정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조카 지일이. 어느 날인가는 저녁 5시 넘어서 전화가 왔다.

"고모, 오늘부터 새 만화 해. 알어?"

"아, 그거? 알고 있어. 그거 알려주려고 전화했어?"

"응."

아! 난 정말 조카를 잘 둔 것 같아.

4334-03-05 | 황미자 | 황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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